
내가 정말 피곤할 때 주말 루틴이 있다.
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.
그리고 나는 집에 남는다.
이 장면만 보면 누가 봐도 완벽한 휴식 타임이다.
근데 현실은 약간 다르다.
문 닫히자마자 나는 ‘쉼’이 아니라 ‘가동’을 시작한다.
신경 쓸 거 없이 집안일할 시간이 주어지다니...!
그 사실에 기분이 좋아서 바닥 물걸레질 하고, 빨래 돌리고, 설거지 쌓인 거 처리하고, 쓰레기랑 분리수거 갖다 버리고, 밀린 화장실 청소, 정리 못한 거 정리하고, 건조기 돌리기까지!
…거의 집안일 풀코스를 완주한다.
중간에 앉을 틈? 없다.
자꾸 할 일이 생각나고 기왕 시작한 거! 욕심이 난다.
그러다 겨우 “아 이제 좀 앉아볼까” 엉덩이 대는 순간.
띠 - 띠 - 띠 - 띠 - 현관문 열리는 소리.
그리고 들려오는 한 마디.
"엄마~" + “여보 잘 쉬고 있었어?”
…?
순간 뇌 정지 온다.
'쉬었...겠냐...?'
내가 지금까지 한 게 쉬는 거였나 싶어서 잠시 침묵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.
청소 = 명상
설거지 = 힐링
빨래 = 여가 활동
아...? 내가 취미생활을 하고 있었구나.
이쯤 되면 집안일이 아니라 고급 힐링 프로그램이다.
세상에... 유료로 팔아도 될 듯?!
“주말 3시간 풀코스 힐링 패키지”
청소 + 설거지 + 정리 포함
참가비: 체력 전부
물론 안다.
"잘 쉬었어?" 이 말이 악의 없이 나온, 진심으로 나 쉬라고 배려한 거니까 진짜 잘 쉬었는지 궁금한 것이라는 거.
아이 데리고 나가 주는 것도 너무 고맙다.
근데... 진짜로 “잘 쉬었어?”를 묻고 싶다면 집안일도 같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상태에서 그때 물어봐주면 좋겠다.
그럼 진짜 눈 반짝이면서 대답할 수 있다.
“응. 잘 쉬었어.”
지금은 속으로만 대답한다.
'나 노동 끝내고 지금 막 앉은 거거든.'
그래도 뭐 주말마다 아이 데리고 나가 주는 건 분명 고마운 일이다.
그건 인정.
근데 질문은 조금만 수정해 주면 더 좋겠다.
“쉬라니깐. 오늘도 못 쉬고 집안일했지? 그래도 좀 쉬면서 하지~ 고생했어.”
가족의 편안함을 위해 기꺼이 하려는 나의 수고로운 마음을 알아주는 말.
이게 훨씬 정확하다.
(왜 못 쉬냐고요? 제가 안 하면 미래의 제가 울면서 하거든요.ㅎ...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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